CAFE SOMEMORE, 2021 FALL
애프터 서비스 After Service (A/S)
︎상담 Consulting
︎향후 브랜드 전략 Brand Future Strategy
︎브랜드 가이드라인 Brand Guidelines
︎SNS를 위한 글 & 사진 Texts & Photos for SNS
︎추가 그래픽 디자인 Additional Graphic Design
︎추가 굿즈 개발 Additional Merch Making
︎Director, 전수민 Soomin Chun
︎Management, 김석현 Seokhyun Kim
︎Editor, 선의진 Euijin Seon
︎Photographer, 한정우 Jungwoo Han
애프터 서비스 After Service (A/S)
︎상담 Consulting
︎향후 브랜드 전략 Brand Future Strategy
︎브랜드 가이드라인 Brand Guidelines
︎SNS를 위한 글 & 사진 Texts & Photos for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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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 전수민 Soomin Chun
︎Management, 김석현 Seokhyun Kim
︎Editor, 선의진 Euijin Seon
︎Photographer, 한정우 Jungwoo Han
2021.9.17
나를 지키는 마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요정들과 수다를 떨면서 식자재를 다듬고 오픈을 준비했다. 한참 일을 하고 있다 정민이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면 그 친구의 텀블러에 눈이 갔다. 마스킹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그게 뭐야?” 성미 급한 나의 물음에 정민이가 답했다. “저 하루에 물 8잔 마시기 시작했어요!” 수줍은듯 들뜬 대답이었다. 들여다보니 마스킹 테이프 위로 작은 동그라미가 잔뜩 그려져있었고 그 위로 뿌듯한 작대기 몇개가 그어져있었다. 일을 하다보면 물을 마시게 되는 걸 깜박해서 고심 끝에 생각한 방법이란다. ‘하루 이틀 하다가 말겠지’ 라고 가볍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켠엔 정민이에 대한 기특한 마음과 존경심이 피어올랐다.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신을 챙기는 사람 특유의 곧고 투명한 마음이 내게도 느껴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건강한 에너지였다.
와인러버스 준비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생각보다 유쾌하게 해내고 있지만 평소보다 몸과 마음에 힘이 들어가고 늘 긴장되어있는 건 사실이다. 어느 때에는 ‘나 잘 하고 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하게 된다. 머리속이 뒤죽박죽. 마음이 잡념으로 가득한 날은 영락없이 몸도 지치고 피곤해진다. 그때 문득 정민이가 생각났다. 그래, 이럴 때일수록 나를 챙겨야지. 침대에 널부러져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떠돌던 나는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주방으로 향한다. 밥을 짓자. 멸치다시에 물을 우리고 된장을 풀어 감자와 애호박, 대파를 숭덩숭덩 넣자. 흰 쌀밥에 된장찌개, 김치와 계란 후라이가 눈 앞에 있다. 밥상 앞에 앉아 큰 숨을 내쉬었더니 피로와 긴장 되어있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밥 한 그릇을 소리가 날 정도로 싹싹 긁어 비우고 나니 든든하다. 다시 방전된다 해도 개의치않고 또 다시 일어날 힘이 생겼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정말 중요하다. 엄마가 왜 그렇게 밥 먹어라 밥 먹어라 반복했는지 알 것도 같다. 정민이가 매일 여덟 잔의 물을 마시는 이유가 진심으로 이해 된다. 어른이 된 우리는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다. 자신만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 매일 30분씩 스트레칭하기, 영양제 챙겨먹기 같은 것은 썸모어가 함께 해줄 수 없다. 하지만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이의 식탁을 차리는 일은 내게 기쁨이자 행복이다. 혼자인 집이 고요하고 외롭다면, 스스로 밥을 해먹는게 너무 귀찮다면, 누군가 나를 위해 정성스레 차려준 한 끼가 그립다면 구월동으로 오시길.
Tmi 1. 정민이는 벌써 3주째 꼬박꼬박 물을 마시고 있다. 경청도 연습이 필요하다던데, 정민이는 꾸준히 제 몸과 마음에 문을 두들겨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를 알아가고 있다.
Tmi 2. 썸모어를 운영하며 들었던 생각들, 제가 문득 목격했던 따뜻한 이야기들을 종종 나누고 싶어요. 오늘은 나를 지키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글이 꽤 긴 편이니 저장해두셨다 여유가 되실 때 읽어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2021.10.10
초코 푸딩을 만들다 추억에 잠긴 이야기
(feat.와인러버스)
잊을만하면 지인들에게 한 번씩 추천받는 드라마가 있다.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샌드위치와 스프를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할머니가 되면 작은 스프가게를 꼭 할 거야’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 탓인지, 그녀가 하는 일이 나와 같아서인지, 고양이를 키워서인지는 몰라도 나의 다정한 친구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 언제고 내게 메세지를 보낸다.
휴무 날 친구들의 추천사가 떠올라 이 드라마를 보게 됐다. 초코 푸딩을 만들어야겠어 ! 네 편의 이야기를 보는 내내 그 생각이 가득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홀린 듯 주방으로 향했다. 생크림과 집에 종류별로 가지고 있던 발로나 초콜릿, 코코아가루, 그밖에 필요한 것들을 모조리 다 꺼내어 냄비에 레시피대로 넣고 천천히 저어 녹였다. 다음으로 필요한 건 푸딩을 굳힐 틀이었다. 초콜릿으로 만든 메뉴다 보니 집에서 사용하는 밀폐용기들은 냄새가 금방 밸 것 같아 꺼려졌다. 단박에 베란다의 창고로 가 중학교 때 사용하던 홈베이킹 재료 상자를 열었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었다. 사용하지 않은지 못해도 5년은 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하던 팬을 꺼내 들었다. 곳곳이 닳아있고 스패출라 자국이 여럿이었다. 맞아 이걸로 수천 번은 빵을 구웠었지. 생각에 잠기던 차에 아직 불 위에 올려져 있던 냄비가 떠올라 호다닥 주방으로 돌아갔다. 사각 팬 위에 종이 호일을 깔고 뜨거운 푸딩 베이스를 싹싹 긁어 부었다. 요리를 했다가 공사 현장에 갔다가 발주한 와인을 정리했다가 또 썸모어를 갔다가 다시 와인러버스로 돌아오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던 때였다. 매일이 헐레벌떡이었는데 푸딩을 붓는 순간엔 마음속 깊이 흡족한 평화가 찾아왔다. 지금 이 순간 푸딩과 나만 존재하는 기분, 걱정이 떠오르지 않는 시간이었다. 내가 요리로 하여금 치유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 날 냉장고에 굳혀둔 푸딩을 들고 썸모어로 출근했다. 오늘 초콜릿 푸딩 만들어왔어 ! 같이 나눠먹자 ! 호기로운 외침과 달리, 유독 바쁜 하루가 지나고 이튿째 날이 되어서야 냉장고 속 푸딩이 떠올랐다. 요정들과 한입 두입 나눠먹었다. 뭐야. 생각보다 너무 맛있잖아 ! 이대로만 먹기는 아쉬워 얼려보자 ! 초코 퍼지처럼 꾸덕한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다들 맛있다고 촐싹였다. 짙은 초콜릿 향기와 달콤함이 마음을 녹였다. 우리만 먹기 아까운 맛. 와인러버스의 사랑 두 스푼이 이렇게 태어났다. 조심스럽게 나와 뜻 맞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많은 이 공간에 썸모어가 아닌 다른 소식을 전해본다. 저는 요리를 하면서 깔깔 웃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맛있는 음식을 내며 함께 나누고 재밌게 살고 싶습니다. 어쩌면 맛있는 음식은 내가 어릴 때부터 소중히 간직해온 마음, 자라며 보고 먹어온 것, 행복을 쫓는 내 손, 지하철에서 앉아 듣던 노랫말 같은 것에서 시작될지도 모르지요. 얼마 전 만든 초콜릿 푸딩처럼 말이에요. 그러니 내 안에 반짝이는 것들을 오래도록 소중히 간직하며 살려고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식당이 그렇겠지만 썸모어의 모든 메뉴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다음번에는 꼭 썸모어의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오늘의 일기 끝 !
나를 지키는 마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요정들과 수다를 떨면서 식자재를 다듬고 오픈을 준비했다. 한참 일을 하고 있다 정민이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면 그 친구의 텀블러에 눈이 갔다. 마스킹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그게 뭐야?” 성미 급한 나의 물음에 정민이가 답했다. “저 하루에 물 8잔 마시기 시작했어요!” 수줍은듯 들뜬 대답이었다. 들여다보니 마스킹 테이프 위로 작은 동그라미가 잔뜩 그려져있었고 그 위로 뿌듯한 작대기 몇개가 그어져있었다. 일을 하다보면 물을 마시게 되는 걸 깜박해서 고심 끝에 생각한 방법이란다. ‘하루 이틀 하다가 말겠지’ 라고 가볍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켠엔 정민이에 대한 기특한 마음과 존경심이 피어올랐다.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신을 챙기는 사람 특유의 곧고 투명한 마음이 내게도 느껴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건강한 에너지였다.
와인러버스 준비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생각보다 유쾌하게 해내고 있지만 평소보다 몸과 마음에 힘이 들어가고 늘 긴장되어있는 건 사실이다. 어느 때에는 ‘나 잘 하고 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하게 된다. 머리속이 뒤죽박죽. 마음이 잡념으로 가득한 날은 영락없이 몸도 지치고 피곤해진다. 그때 문득 정민이가 생각났다. 그래, 이럴 때일수록 나를 챙겨야지. 침대에 널부러져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떠돌던 나는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주방으로 향한다. 밥을 짓자. 멸치다시에 물을 우리고 된장을 풀어 감자와 애호박, 대파를 숭덩숭덩 넣자. 흰 쌀밥에 된장찌개, 김치와 계란 후라이가 눈 앞에 있다. 밥상 앞에 앉아 큰 숨을 내쉬었더니 피로와 긴장 되어있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밥 한 그릇을 소리가 날 정도로 싹싹 긁어 비우고 나니 든든하다. 다시 방전된다 해도 개의치않고 또 다시 일어날 힘이 생겼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정말 중요하다. 엄마가 왜 그렇게 밥 먹어라 밥 먹어라 반복했는지 알 것도 같다. 정민이가 매일 여덟 잔의 물을 마시는 이유가 진심으로 이해 된다. 어른이 된 우리는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다. 자신만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 매일 30분씩 스트레칭하기, 영양제 챙겨먹기 같은 것은 썸모어가 함께 해줄 수 없다. 하지만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이의 식탁을 차리는 일은 내게 기쁨이자 행복이다. 혼자인 집이 고요하고 외롭다면, 스스로 밥을 해먹는게 너무 귀찮다면, 누군가 나를 위해 정성스레 차려준 한 끼가 그립다면 구월동으로 오시길.
Tmi 1. 정민이는 벌써 3주째 꼬박꼬박 물을 마시고 있다. 경청도 연습이 필요하다던데, 정민이는 꾸준히 제 몸과 마음에 문을 두들겨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를 알아가고 있다.
Tmi 2. 썸모어를 운영하며 들었던 생각들, 제가 문득 목격했던 따뜻한 이야기들을 종종 나누고 싶어요. 오늘은 나를 지키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글이 꽤 긴 편이니 저장해두셨다 여유가 되실 때 읽어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2021.10.10
초코 푸딩을 만들다 추억에 잠긴 이야기
(feat.와인러버스)
잊을만하면 지인들에게 한 번씩 추천받는 드라마가 있다.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샌드위치와 스프를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할머니가 되면 작은 스프가게를 꼭 할 거야’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 탓인지, 그녀가 하는 일이 나와 같아서인지, 고양이를 키워서인지는 몰라도 나의 다정한 친구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 언제고 내게 메세지를 보낸다.
휴무 날 친구들의 추천사가 떠올라 이 드라마를 보게 됐다. 초코 푸딩을 만들어야겠어 ! 네 편의 이야기를 보는 내내 그 생각이 가득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홀린 듯 주방으로 향했다. 생크림과 집에 종류별로 가지고 있던 발로나 초콜릿, 코코아가루, 그밖에 필요한 것들을 모조리 다 꺼내어 냄비에 레시피대로 넣고 천천히 저어 녹였다. 다음으로 필요한 건 푸딩을 굳힐 틀이었다. 초콜릿으로 만든 메뉴다 보니 집에서 사용하는 밀폐용기들은 냄새가 금방 밸 것 같아 꺼려졌다. 단박에 베란다의 창고로 가 중학교 때 사용하던 홈베이킹 재료 상자를 열었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었다. 사용하지 않은지 못해도 5년은 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하던 팬을 꺼내 들었다. 곳곳이 닳아있고 스패출라 자국이 여럿이었다. 맞아 이걸로 수천 번은 빵을 구웠었지. 생각에 잠기던 차에 아직 불 위에 올려져 있던 냄비가 떠올라 호다닥 주방으로 돌아갔다. 사각 팬 위에 종이 호일을 깔고 뜨거운 푸딩 베이스를 싹싹 긁어 부었다. 요리를 했다가 공사 현장에 갔다가 발주한 와인을 정리했다가 또 썸모어를 갔다가 다시 와인러버스로 돌아오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던 때였다. 매일이 헐레벌떡이었는데 푸딩을 붓는 순간엔 마음속 깊이 흡족한 평화가 찾아왔다. 지금 이 순간 푸딩과 나만 존재하는 기분, 걱정이 떠오르지 않는 시간이었다. 내가 요리로 하여금 치유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 날 냉장고에 굳혀둔 푸딩을 들고 썸모어로 출근했다. 오늘 초콜릿 푸딩 만들어왔어 ! 같이 나눠먹자 ! 호기로운 외침과 달리, 유독 바쁜 하루가 지나고 이튿째 날이 되어서야 냉장고 속 푸딩이 떠올랐다. 요정들과 한입 두입 나눠먹었다. 뭐야. 생각보다 너무 맛있잖아 ! 이대로만 먹기는 아쉬워 얼려보자 ! 초코 퍼지처럼 꾸덕한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다들 맛있다고 촐싹였다. 짙은 초콜릿 향기와 달콤함이 마음을 녹였다. 우리만 먹기 아까운 맛. 와인러버스의 사랑 두 스푼이 이렇게 태어났다. 조심스럽게 나와 뜻 맞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많은 이 공간에 썸모어가 아닌 다른 소식을 전해본다. 저는 요리를 하면서 깔깔 웃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맛있는 음식을 내며 함께 나누고 재밌게 살고 싶습니다. 어쩌면 맛있는 음식은 내가 어릴 때부터 소중히 간직해온 마음, 자라며 보고 먹어온 것, 행복을 쫓는 내 손, 지하철에서 앉아 듣던 노랫말 같은 것에서 시작될지도 모르지요. 얼마 전 만든 초콜릿 푸딩처럼 말이에요. 그러니 내 안에 반짝이는 것들을 오래도록 소중히 간직하며 살려고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식당이 그렇겠지만 썸모어의 모든 메뉴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다음번에는 꼭 썸모어의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오늘의 일기 끝 !
2021.10. 27
Adieu! 가을밤
날씨가 제법 추워졌어요. 썸모어의 가을 메뉴인 가을밤과는 작별 인사를 해야 할듯합니다. 이 메뉴를 가장 크게 장식하고 있는 '무화과'의 계절이 끝나가고 있거든요. 가을밤을 떠나보내기 싫은 사람은 저 뿐만이 아니겠죠 ! 저와 같은 마음이라면 모두 손을 들어주세요 ! 흑흑 오늘은 아쉬운 마음을 담아 이 메뉴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코로나가 시작되기 한참 전 어느 해 여름 초입, 큰마음을 먹고 한 달간 매장을 쉬었다. 일 년여 동안 썸모어 일을 도와준 엄마의 퇴직 여행에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3주라는 긴 시간을 유럽에 머물렀다. 영감이 되는 것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낯선 말로 꾸며진 거리를 걸었다. 그럴 때면 긍정적인 감정들이 마음에 잽을 날렸다. 훅 ! 훅 ! 썸모어에 돌아가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자 ! 한 달이나 기다려준 요정분들께 보답을 하겠어. 새로운 메뉴는 어떨까? 음식을 선물하다니 너무 로맨틱하잖아. 놓칠세라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생각들을 부여잡고 여행을 이어갔다.
어느 날은 프라하의 공원에 앉아 볕을 쬈다. 한가롭게 계절을 만끽하는 그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썸모어에 찾아오신 분들도 우리 메뉴를 보고 계절을 느꼈으면 좋겠어.' 불쑥 떠오른 생각이 가을밤의 시작이 되었다. 풍성하게 영글은 가을이 접시 위에 담기길 바랐다. 탐스러운 열매와 잘 익은 곡식, 풍요로움으로 배가 부르고 눈이 즐거운..! 한국에 돌아온 나는 전보다 밝은 표정으로 주방에 섰다. 부푼 맘을 안고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가을밤을 만들었다. "모양이... 꼭.. 똥 같다.. 야.." 엄마의 한 줄 평이었다. 욕심을 부린 탓인지 첫 접시는 다소 산만했다. 인정. 모양을 바꾸고 부족한 맛을 채워나갔다. 셀 수도 없이 여러 번의 수정 끝에 가을밤이 완전한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거기에 매장을 자주 찾아주시던 커플 요정의 조언으로 조금 더 높은 과일 탑이 쌓아 올려졌다. 그제야 지금의 가을밤이 되었다.
폭신한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설탕을 사르르 뿌린다. 오븐에 넣어 바짝바짝 구운 토스트 위에 부드러운 크림치즈 크림을 얹는다.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질 수 있으니 그 빠짝함을 대신해 줄 아몬드를 고소하게 구워 한줌 올린다. 가을의 낙엽처럼 보이도록 슈가파우더도 솔솔 뿌려주고 ! 탐스럽게 익은 열매들은 반짝반짝 윤기가 나니까, 그래 카라멜을 입힌 피칸이 좋겠다. 가을의 풍성함은 과일로 표현해 보자. 꿀이 흐르는 듯 통통한 무화과와 차갑고 새콤해 느끼함을 잡아주는 라즈베리. 화려하게 흐르는 베리콩포트 폭포도 더하는 거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을밤의 주인공. 부드럽고 담백하게 으깨지는 밤 몇 덩이까지.
가을밤은 모든 재료들이 서로의 부족한 맛과 식감을 안아 다양하게 채워주는 똑똑한 메뉴예요. 가을을 닮아 아낌없이 풍성한 재료, 서로 다른 식감과 온도가 이 토스트의 매력입니다. 어떤 손님분이 그걸 알아보고 자세한 글을 써주신 걸 봤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가을밤을 맛보시는 모든 분이 한 접시 안에 숨겨진 맛과 식감을 구석구석 탐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가을밤은 올해 10월까지만 판매돼요. 그간 바쁜 일상 탓에 썸모어를 방문하지 못하셨다면 10월 안에는 하루쯤 만나 뵐 수 있길 바랍니다 ! 무브무브 !
#많관부
Adieu! 가을밤
날씨가 제법 추워졌어요. 썸모어의 가을 메뉴인 가을밤과는 작별 인사를 해야 할듯합니다. 이 메뉴를 가장 크게 장식하고 있는 '무화과'의 계절이 끝나가고 있거든요. 가을밤을 떠나보내기 싫은 사람은 저 뿐만이 아니겠죠 ! 저와 같은 마음이라면 모두 손을 들어주세요 ! 흑흑 오늘은 아쉬운 마음을 담아 이 메뉴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코로나가 시작되기 한참 전 어느 해 여름 초입, 큰마음을 먹고 한 달간 매장을 쉬었다. 일 년여 동안 썸모어 일을 도와준 엄마의 퇴직 여행에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3주라는 긴 시간을 유럽에 머물렀다. 영감이 되는 것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낯선 말로 꾸며진 거리를 걸었다. 그럴 때면 긍정적인 감정들이 마음에 잽을 날렸다. 훅 ! 훅 ! 썸모어에 돌아가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자 ! 한 달이나 기다려준 요정분들께 보답을 하겠어. 새로운 메뉴는 어떨까? 음식을 선물하다니 너무 로맨틱하잖아. 놓칠세라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생각들을 부여잡고 여행을 이어갔다.
어느 날은 프라하의 공원에 앉아 볕을 쬈다. 한가롭게 계절을 만끽하는 그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썸모어에 찾아오신 분들도 우리 메뉴를 보고 계절을 느꼈으면 좋겠어.' 불쑥 떠오른 생각이 가을밤의 시작이 되었다. 풍성하게 영글은 가을이 접시 위에 담기길 바랐다. 탐스러운 열매와 잘 익은 곡식, 풍요로움으로 배가 부르고 눈이 즐거운..! 한국에 돌아온 나는 전보다 밝은 표정으로 주방에 섰다. 부푼 맘을 안고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가을밤을 만들었다. "모양이... 꼭.. 똥 같다.. 야.." 엄마의 한 줄 평이었다. 욕심을 부린 탓인지 첫 접시는 다소 산만했다. 인정. 모양을 바꾸고 부족한 맛을 채워나갔다. 셀 수도 없이 여러 번의 수정 끝에 가을밤이 완전한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거기에 매장을 자주 찾아주시던 커플 요정의 조언으로 조금 더 높은 과일 탑이 쌓아 올려졌다. 그제야 지금의 가을밤이 되었다.
폭신한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설탕을 사르르 뿌린다. 오븐에 넣어 바짝바짝 구운 토스트 위에 부드러운 크림치즈 크림을 얹는다.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질 수 있으니 그 빠짝함을 대신해 줄 아몬드를 고소하게 구워 한줌 올린다. 가을의 낙엽처럼 보이도록 슈가파우더도 솔솔 뿌려주고 ! 탐스럽게 익은 열매들은 반짝반짝 윤기가 나니까, 그래 카라멜을 입힌 피칸이 좋겠다. 가을의 풍성함은 과일로 표현해 보자. 꿀이 흐르는 듯 통통한 무화과와 차갑고 새콤해 느끼함을 잡아주는 라즈베리. 화려하게 흐르는 베리콩포트 폭포도 더하는 거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을밤의 주인공. 부드럽고 담백하게 으깨지는 밤 몇 덩이까지.
가을밤은 모든 재료들이 서로의 부족한 맛과 식감을 안아 다양하게 채워주는 똑똑한 메뉴예요. 가을을 닮아 아낌없이 풍성한 재료, 서로 다른 식감과 온도가 이 토스트의 매력입니다. 어떤 손님분이 그걸 알아보고 자세한 글을 써주신 걸 봤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가을밤을 맛보시는 모든 분이 한 접시 안에 숨겨진 맛과 식감을 구석구석 탐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가을밤은 올해 10월까지만 판매돼요. 그간 바쁜 일상 탓에 썸모어를 방문하지 못하셨다면 10월 안에는 하루쯤 만나 뵐 수 있길 바랍니다 ! 무브무브 !
#많관부